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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

쓸데없는 실험실 - 커피 내릴 때 물의 온도는 얼마가 좋을까요?

안녕하세요? 커피 볶는 바리스타 돌원숭이입니다. 드디어 임인년 새해가 밝았네요. 여러분들의 가정에 밝은 햇살만 비추는 그런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주 단순한 것입니다. 과연 커피를 내릴 때 물 온도를 어느 정도로 하면 좋을까라는 의문입니다.

가게를 하다 보면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드시기 위해 원두를 사가시는 분들이 참 많아요. 그런데 가끔은 물 온도를 얼마로 해야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세요.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맛있는 커피의 정의가 참 어렵거든요. 교과서에 보면 커피에서 나올 수 있는 맛의 성분이 200가지가 넘는다고 하거든요. 거기다 맛이라는 감각이 너무나 개인적인 감각이라서 참 어렵습니다. 그럴 땐 그냥 간단하게 이야기합니다.

"일단 80℃ 정도에서 연습을 해보신 후 조금씩 내려보세요. 그 이상은 굳이 올리실 필요가 없을 겁니다."라고요.

그리고 신맛을 좋아하시면 물 온도를 좀 낮추고, 쓴맛을 좋아하시면 물 온도를 올리라고 말씀드립니다.

과연 그 이야기가 맞는지 오늘 한번 실험을 해보려고 합니다. ( 교과서에도 나온 내용을 실험하는 저 무식한 .... )

먼저 실험의 공통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두 : Pentree Original 각 15g

2. 분쇄도 : 3.8 ( Beans Mill 600N 장비 분쇄도 기준 )

3. 추출 법 : Aero-Press 역방향 추출

4. 추출 시간 : 90~100초

5. 추출 시 사용되는 물의 양 : 50g

6. 추출 후 희석량 : 90℃ 온수 100g

실험의 변수는 단 한 가지, 추출 시 사용하는 물의 온도입니다.

한쪽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인 80℃의 물을 사용하고, 한쪽은 50℃의 물을 사용했습니다. 제대로 하려면 한 4~5가지 온도를 이용해야 하는데, 인간이 게을러서..... ( 머리가 나빠서 학교 다닐 때도 실험 계획 잘 못 세웠습니다. 조원들이 다 세워주면 저는 열심히 몸으로 때우는 ....)

80도입니다
 
50도입니다

 

이렇게 준비를 한 후 커피를 추출합니다.

왼쪽이 80℃, 오른쪽이 50℃에서 추출한 커피입니다. 차이가 보이시나요? 그냥 눈으로 보기에는 거의 똑같아 보입니다. 오른쪽이 약간 좀 연해 보이기는 하는데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간단하게 맛을 보면 80도 추출 커피는 제가 아는 기본 맛이 나옵니다. 산미도 있고 쓴맛도 있는 펜트리 커피의 맛이 느껴집니다. 물론 계속 그 온도에서 추출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질 겁니다. 단, 에스프레소 대비해서는 맛이 좀 연합니다.

그에 비해서 50도 추출 커피는 산미가 아주 강하게 올라옵니다. 거의 시다모(Sidama)나 예가체프(Yirgacheffe)를 마신다는 착각을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맛의 풍부함은 아무래도 80도 추출 커피가 깊습니다.

이 추출 커피에다 뜨거운 물을 100g씩 추가합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아메리카노를 만들어서 그 맛을 확인하겠습니다.

일단 희석이 되면서 50도 추출 커피의 강한 산미는 좀 희석이 됩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맛은 역시 산미 위주입니다. 80도 추출 커피는 다양한 맛이 나오는데, 산미와 쓴맛이 같이 어우러집니다. 그리고 추출 상태에서는 잘 몰랐었는데, 희석된 상태에서는 역시 50도 추출 커피가 좀 싱겁네요.

커피가 완전히 식고 나면 두 커피의 맛이 약간 비슷해집니다. 산미가 차가운 커피에서는 좀 약하게 가라앉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80도 추출 커피가 뒷맛이 약간 단맛이 납니다. 감초 씹은 거 같은 맛이라고 하면 아시겠죠?

오늘의 실험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물의 온도는 일반적으로 80도 정도가 다양한 맛이 우러납니다.

2. 산미를 좋아하시면 물 온도를 조금 낮추시면 좋습니다.

3. 온도가 낮아지면 쓴맛은 줄어듭니다.

4. 온도가 낮아지면 맛의 다양성은 줄어듭니다.

이상은 커피 교과서에도 나오는 당연한 이야기를 다시 실험한 '쓸데없는 실험실'이었습니다.

혹시나 다른 실험이 필요하세요? 언제든지 댓글 달아주시면 제가 가능한 모든 실험을 해드리겠습니다.

얼마 전에 만덕 도서관이 공사를 끝내고 재개관했습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시다 조금 졸리시면 펜트리로 놀러 오세요 도서관 나오셔서 오른쪽 언덕으로 1분 정도만 걸어올라 오시면 항상 그곳에서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