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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

새로 볶은 원두가 맛있을까요 ?

안녕하세요? 커피 볶는 바리스타 돌원숭이입니다. 한 며칠 봄이 온 거 같던 날씨가 다시 겨울로 돌아간 거 같네요. 오늘 아침은 제법 날씨가 추웠어요. ( 난 추운 게 씨로요 ~~~~ )

 

며칠 전에 우연히 '커피 한잔 할까요'라는 프로를 보게 되었습니다. 커피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좀 관심 있게 보게 되었습니다. 그중에 몇 번째 에피소드인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갓 복은 원두와 2주 된 원두를 비교하는 내용이 있더군요. 거기서는 두 원두가 각각 차이는 있지만,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고 나오더군요.

사진 출처 : 카카오TV 홈페이지

 

그래서 저두 원두 숙성과 관련된 간단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커피 판매를 하다보면, 꼭 이런 질문을 하시는 손님이 가끔 있어요. '오늘 아침에 로스팅한 신선한 원두는 없어요?'라는. 그럴 때마다 설명은 드리는데, 많은 분들이 갓 볶은 원두가 좋다고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사실, 이 오해는 일부 광고에서 만들어진 잘못된 이미지 중 하나 입니다.(광고 때문에 잘못 만들어진 오해가 여러 가지 있습니다. 기회 되면 하나씩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예전에 다른 글에서도 한번 설명을 드린거 같은데, 원두는 로스팅을 하고 나면 바로 드립 하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열을 가해서 로스팅을 진행하고 나면, 커피가 완전히 식더라도 후숙성이라는 과정이 생깁니다. 이과정을 통해 일부 불안정한 성분들이 안정화된 성분으로 변화됩니다. 또한 이과정 중에서 다량의 가스가 나오기도 합니다. 보통 12시간에서 24시간 이상까지도 가스가 다량으로 나옵니다. 이 과정이 끝나야지만, 좀 더 깔끔한 맛의 커피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아마 커피 원두를 사보신 분들은, 원두 포장 봉투에 공기가 빠질수 있는 구멍(아로마 밸브, Aroma Valve)이 있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대량의 커피를 생산하는 곳에서는 여유 있게 24시간 이상을 후숙성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됩니다. 그러다 보니 바로 포장을 할 경우 내부에서 발생하는 가스 때문에 포장이 파손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밸브를 설치해서 운송 과정중 발생하는 개스를 빼줍니다. 이런 원두들은 운송 및 판매 과정에서 충분한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후숙성은 충분히 진행됩니다.  그래서 드실 때 맛있는 커피가 완성되는 겁니다.

사진출처 : 포장지 업체 

 

저희 가게의 경우는 최소 24시간 이상을 후숙성 한 커피만 포장을 하다 보니, 굳이 가스 밸브가 필요 없습니다만, 그래도 손님들에게 말씀은 드립니다. '시간이 지나면 원두 봉투가 뚱뚱해질 수도 있습니다'라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오늘 아침에 바로 로스팅한 원두는 맛있는 원두라기보다는 아직 덜 익은 미숙한 원두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차라리, 가스 빼기 잘된 ( 혹은 후숙성 잘된 ) 원두를 찾으시는 게 맛있는 원두를 찾으실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커피 한잔 할까요' 드라마에서도 원두가 어느 정도는 숙성이 진행되어야 제맛이 나는 것으로 표현이 되고 있네요. 저도 동의합니다. 알맞은 숙성은 최고의 커피맛을 만들어주거든요.

 

제 기준으로 봤을 때, 제일 맛있는 원두는 로스팅 한지 3일 정도 이후부터 2주일 정도까지가 가장 좋았습니다. 물론, 보관 조건이 어느 정도는 지켜 저야 하고요.

 

원두의 보관조건은 

1. 직사광선을 피해 주세요. 직사광선은 원두의 온도도 올리고, 자외선에 의한 산화도 촉진시켜 맛이 빨리 상하게 합니다.

2. 가능하면 선선한 곳에 보관하세요. 온도가 올라가면 빨리 산화가 진행됩니다.

3. 습기에 주의하세요. 습기가 많으면 맛도 변하고, 경우에 따라 곰팡이가 필수도 있습니다.

4. 주변의 다른 냄새가 베이지 않도록 꼭 밀봉해 보관해주세요. 특히 음식 냄새에 주의하세요.

이 4가지 조건만 잘 지키신다면 홀빈 기준으로 1달 정도는 잘 보관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여러 가지 지켜야 될 조건은 귀찮지만, 맛있는 커피가 필요하실 때는 펜트리로 오세요. 항상 그곳에서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