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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

쓸데없는 실험실 - 숙성 원두와 신선 원두

안녕하세요? 오늘도 다시 돌아온 커피 볶는 바리스타 돌원숭이입니다. 오늘은 엄청나게 비가 오네요... 어젯밤부터 내리던 비가 아침이 되어도 그치지 않더니,  오후까지도 계속 오네요.

가게 위치상 비 오는 날은 거의 손님이 없습니다.(ㅠ ㅠ....) 그래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다가, 이렇게 시간을 보내느니 뭔가 쓸데없는 실험이나 하나 하자라는 생각이 들어 한 마리 하이에나처럼 가게 안을 어슬렁거렸습니다. 그러다 제눈에 들어온 원두 한 무더기. 바로 오늘 아침에 로스팅한, 아직 따끈따끈(?)한 원두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때 생각이 들었습니다. 갓 볶은 원두와 숙성된 원두의 맛의 차이를 비교해보면 어떨까 하는.... ( 역시 많이 심심해...)

실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용 원두 : Pentree Original 각 15g

  2. 로스팅 일시 : 숙성 원두 - 지난 금요일 (4월 22일) 오전 11시경, 약 4일 3시간 정도 숙성

                       신선 원두 - 오늘 ( 4월 26일 ) 오전 11시경, 약 3시간 정도 숙성 (? )

  3. 숙성 조건 : 숙성 원두 - 상온 24시간 가스 빼기 후 밀폐 냉장 보관

                    신선 원두 - 상온 가스 빼기 중

왼쪽 : 숙성원두        오른쪽 : 신선 원두

냉장 보관을 해서 그런지, 원두 표면의 색감은 거의 동일하네요. 숙성 원두가 약간 표면에 기름기가 나오기는 했습니다만, 그 차이가 크게 느꺄지지는 않는군요.

왼쪽 : 숙성원두          오른쪽 : 신선 원두
분쇄한 원두에서 느껴지는 향은 그 차이가 큽니다. 숙성 원두는 향이 강하기는 하지만, 코를 찌르는 센 향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신선 원두에서는 코를 찌르는 듯 한 아주 센 향(아세톤이나 신너 같은)이 납니다. 이 향은 약간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사라지기는 합니다. 

분쇄 후 드립을 위한 뜸 들이기를 합니다.

왼쪽 : 숙성원두          오른쪽 : 신선 원두

커피 빵의 높이를 기준으로 볼 때, 숙성 원두의 커피 빵이 신선 원두보다 낮아 보입니다.(사진으로는 비슷해 보이네요. 제가 사진 찍는 솜씨가..... ) 이는 아무래도 원두 내부에 남아있는 가스의 양에 따른 차이일 것입니다. 

커피 빵이 뭔지 궁금하시면 2021.07.27 - [커피 이야기] - 커피 빵 

 

커피 빵

안녕하세요? 커피 볶는 바리스타 돌원숭이입니다. 오늘도 날씨는 청명하고 무지 덥네요. 갑자기 한 20년쯤 전에 인도에 가서 일할 때가 생각이 나네요. 제 인생 처음으로 경험했던 온도가 사십몇

pentree.tistory.com

 

추출된 커피의 상태입니다. 

왼쪽 : 숙성원두          오른쪽 : 신선 원두

신선 원두 쪽이 거품이 좀 있네요. 이 차이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것을 제외하고는 외형적인 모습은 유사합니다.

 

가장 중요한 맛을 비교할 차례이군요. 역시 맛은 너무나도 개인적인 것이라, 제가 느끼는 맛과 다르게 느끼신다고 해서 클레임 걸거나 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물론, 깊은 대화를 위해 가게로 찾아오시는 것은 환영합니다.

 

숙성 원두의 맛은 제가 익히 알고 있는 바로 그 맛입니다. 약간의 산미와 풍부한 바디감을 가지고 있는 펜트리 커피 만의 바로 그 커피입니다. 이에 비해 신선 원두의 맛은 어딘가 이상합니다. 좀 날카로운 맛이 여러 가지 섞여있다고 해야 할까요? 쓴맛과 신만 이외에 이상한 맛이 몇 가지 나옵니다. 탄맛 같기도 하고, 하여튼 말로 설명하기 어여운 몇 가지 맛이 나옵니다. 

 

이상태의 커피를 그대로 1시간 정도 방치를 해봤습니다. 그 이후에 맛본 커피는 두 가지 다 비슷한 맛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처음에 나왔던 이상한 맛은, 숙성 및 가스 빼기가 완전하지 않아서 남아있던 가스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가스들의 성분이 정확히 무엇인지 제가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만, 그 성분들이 커피맛을 망가트리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오늘 실험의 결론은 '로스팅된 원두는 충분한 숙성 및 가스 빼기를 거쳐야만 자기 본연의 맛이 나온다'입니다.

 

가끔씩 커피 관련 광고에서 나오는 '오늘 볶은 신선한 원두로 만들었다'는 말은 잘못된 말입니다. 이말을 그대로 해석하면 '우리 커피는 잡미가 많은 원두로 만들었어요'라는 말이지요.

추천하는 숙성 시간은 3~5일 정도입니다. 초반 24시간 정도는 상온에서 개방된 채로 두시고, 그 이후는 밀폐해서 두시면 됩니다. 이때 직사광선은 무조건 피하셔야 합니다. 로스팅된 원두가 직사광선에 몇 시간만 노출돼도 그 맛이 변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그냥 편하게 펜트리로 오세요. 맛있는 커피 한잔 대접하면서 세상 이야기 나누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