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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

쓸데없는 실험실 - 뜨거운 커피와 차가운 커피 비교

안녕하세요? 오늘도 찾아온 커피 볶는 바리스타 돌원숭이입니다. 이젠 봄이 끝나고  여름이 오려나 봅니다. 가게 창문으로 보이는 산의 풍경이 온전한 여름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네요...

 

오늘도 무척이나 심심한 관계로 쓸데없는 실험실을 오픈했습니다.  이번 실험은 진짜로 쓸데없는 실험인 것 같습니다. 실험 내용은 '동일한 에스프레소가 희석하는 물의 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가?'입니다. 오늘 아침에 고객분이 오셔서 뜨거운 아메리카노 2잔을 주문하셨습니다. 그중 한잔은 너무 뜨겁지 않게 얼음 몇 조각만 넣어달라고 하셨습니다. 주문대로 커피를 내리는데, 두 잔의 커피색이 약간 다르게 보이더군요. 그래서,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물의 온도가 다르면 무슨 차이가 날까? ( 뜨.아.와 아.아.의 차이가 나지 않을까요? 진짜 쓸데없는 실험이네요..... )

먼저 온도가 다른 두 가지 물을 준비합니다. 한쪽은 뜨거운 아메리카노의 기본 온도인 80℃ 정도의 뜨거운 물, 한쪽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기본 온도인 5℃ 정도의 차가운 물입니다.

준비된 물컵에 에스프레소 2샷을 한쪽씩 내립니다.

희미한 실루엣이지만 잘생겼다!!!!!

두 커피잔의 색상이 좀 달라진 것 같네요. 뜨거운 물은 전체적으로 검게 퍼지고, 차가운 물은 커피가 밑으로 가라앉네요. 얼음 때문일 수도 있고, 물의 온도에 따른 내부 흐름성( 아! 옛날에 배운 단어인데 기억이....) 차이에 의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원인은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결과물입니다. 확실히 뜨거운 아메리카노 쪽이 잘 섞였네요. 

크레마의 모습입니다. 차가운 아메리카노 쪽이 크레마는 조금 더 남아있는 것 같네요. 

 

두 커피의 맛은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뜨거운 물에 비해 차가운 물이 조금 맛이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향은 뜨거운 물 쪽이 약간 더 강합니다. 산미는 뜨거운 물 쪽이 약간 더 느껴지는데, 그 차이가 크지는 않습니다. 그 외에는 거의 같은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같은 에스프레소다 보니 같은 맛이 나는 게 아닐까요.

 

두 커피를 상온에 좀 더 방치해서 온도가 차가운 커피는 10℃(아직 얼음이 덜 녹았어요..), 뜨거운 커피는 35℃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제 맛의 차이는 산미를 제외하고는 거의 같습니다. 아직 산미는 뜨거운 커피 쪽이 좀 더 느껴집니다.

 

커피들을 상온에서 한 시간 정도 더 방치했습니다. 이제 커피의 온도는 차가운 커피 20℃, 뜨거운 커피 23℃ 정도입니다. 거의 같아졌다고 해도 무방하겠죠? 현재 외기 온도가 22~23℃정도 됩니다. 이제 진짜로 두 커피의 맛은 거의 같습니다.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처음에 대비해서 맛이 훨씬 더 풍부해진 느낌입니다.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상태에서는 혀의 감각이 다 사용되지는 못한 거 같은데, 20℃ 부근의 온도에서는 거의 모든 온도 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산미도 강해진 것 같고, 바디감도 좀 더 생긴 것 같습니다. 

 

결론은, 뜨거운 커피냐 차가운 커피냐의 선택은 마시는 사람의 개인적인 취향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 커피가 가지고 있는 모든 맛들을 정확히 알고 싶으시면 상온 정도의 커피가 가장 좋으실 것입니다.

 

이상 오늘의 진짜 쓸데없는 실험실을 마칩니다.

항상 펜트리는 그곳에 있습니다. 언제든지 부담 가지지 마시고 펜트리를 찾아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