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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

쓸데없는 실험실 -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얼음 크기의 상관관계

안녕하세요? 커피 볶는 바리스타 돌원숭이입니다. 이젠 진짜로 여름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가 되었네요. 한낮은 제법 덥기도 하고요. (어제 들렀던 식당은 벌써 에어컨과 선풍기를 풀가동하고 있더군요. 저희 펜트리는 산속에 있다 보니 아직 에어컨이 필요하지는 않네요.)

여름이 왔어요

이제 여름이 왔으니,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계절이 시작되겠네요. 얼죽아라면 겨울도 아. 아. 의 계절이겠지만, 일반적으로는 5월쯤부터 아. 아. 의 계절이 시작되더군요.

 

그래서, 아. 아. 의 계절에 어울리는 실험을 하나 해봤습니다. 아. 아. 에 들어가는 얼음의 크기와 커피의 맛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라는 실험입니다.

 

카페에 들르셔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시면, 커피에 들어있는 얼음의 크기가 카페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걸 느끼실 겁니다. 어떤 카페에서는 거의 주먹만 한 얼음이 들어있는 경우도 있고, 어떤 카페는 아주 고운 눈꽃 같은 얼음이 있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일반적으로는 엄지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얼음이 들어있을 겁니다. 이 차이는 가페에서 가지고 있는 제빙기의 종류에 따라 결정이 됩니다. 더 나아가서는 그 카페가 추구하는 커피의 맛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얼음 크기에 따른 맛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이럴 때는 일단 무식하게 실험해보면 되겠지요.

 

실험 조건입니다.

1. 공통 조건 

   1) 커피 : Pentree Original Espresso 1 shot

   2) 얼음 중량 : 120 g

   3) 냉수 중량 : 100 g

2. 얼음의 차이 

   1) 눈꽃 얼음 : 못 구해서 믹서기로 갈아서 만들었습니다.

   2) 각얼음 :  저희 펜트리 기본 얼음입니다. 크기는 약 25 × 25 × 10 ㎜입니다.

   3. 대형 얼음 : 직격 50㎜의 구형 얼음입니다. (집에 있는 얼음틀 중 가장 큰 거라....)

 

사진처럼 얼음을 준비한 후 100g씩의 냉수를 투입합니다. 그 컵에 각각 1샷의 에스프레소를 투입합니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입니다만, 실제로 보면 약간 색의 차이가 있습니다. 분쇄 얼음 쪽이 조금 묽게 보입니다. 

커피 내린 후 약 1분 정도 지난 시점입니다. 일반적으로 고객분들에게 나가기 직전의 상황입니다. 컵 내부의 온도가 좀 차이가 나네요. 분쇄 얼음 쪽은 얼음이 많이 녹아서 그런, 거의 0℃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큰 얼음 쪽은 5℃정도입니다. 그만큼 얼음이 덜 녹았다는 것이겠지요.

약 2분 정도 지난 후의 커피맛은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분쇄한 얼음 쪽은 아주 차갑기는 하지만, 약간은 싱거워진 느낌입니다. 각얼음은 약간 진한 아메리카노의 느낌이며, 큰 얼음 쪽은 커피의 맛이 조금 강하게 느껴집니다. 얼음이 녹은 양의 차이가 좀 있는 것 같네요.

약 5분 정도 지난 상태입니다. 이 정도 시간이면 카페에서 커피를 받아서 한두 모금 정도 마신 상태일 겁니다. 분쇄 얼음과 각얼음의 온도가 비슷하게 나오네요. 아직 대형 얼음 쪽은 약간 온도가 높습니다. 커피의 맛은 차이가 많이 나네요. 분쇄 얼음 쪽은 이제 약간 맹물 맛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각얼음은 딱 마시기 좋은 상태입니다. 큰 얼음은 아직은 조금 진하게 느껴집니다.

약 10분 정도 지난 상태입니다. 이 정도 시간이면, 이제 커피를 반 정도 드신 시간일 것입니다. (물론, 저 같은 사람은 이미 다 마시고 남아있는 얼음 가지고 놀고 있을 정도..) 온도는 좀 전 5분대와 비슷한 온도입니다. 이제 분쇄 얼음 쪽은 거의 밍밍한 맛이 느껴집니다. 큰 얼음 쪽은 아직 좀 진한 커피의 향과 맛이 느껴집니다. 

 

이제 30분 정도 지났네요. 이 정도 시간이면, 카페에서 수다 삼매경에 빠졌거나, 공부 혹은 작업을 하다가 아직 커피가 남았네 하고 커피를 마실 시간입니다. 이제 온도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측정 안 했습니다. 맛을 보면 분쇄 얼음은 이제 거의 물 맛입니다. 그에 비해 큰 얼음은 아직은 마실만 합니다. 조금 더 진행하면 큰 얼음도 좀 밍밍해질 것 같아서 실험을 종료합니다. 마지막으로 컵 안에 남아있는 얼음의 양을 측정해봤습니다. 

분쇄 얼음은 122g에서 16g으로 약 13% 정도 남았네요. 각얼음은 약 20%(119g에서 24g), 큰 얼음은 약 40%(119g에서 47g) 정도 남았습니다. 아무래도 얼음과 물이 접촉하는 부분이 많으면 만을 수록 빨리, 그리고 많이 녹았네요. 

 

실험 결과를 정리해보겠습니다.

1. 얼음의 크기가 작을수록 빨리 녹는다. 그래서 빨리 밍밍한 커피가 된다.

2. 얼음의 크기가 작을수록 커피의 온도는 빨리 떨어진다. 단, 10분 정도가 지나면 큰 차이는 없다.

3. 한여름에 빨리 시원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가능한 작은 얼음을 사용하면 된다.

4. 긴 시간 동안 진한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가능한 큰 얼음을 사용하면 된다.

 

정리해 놓고 보니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네요. 아시겠지만, 제가 쓰는 쓸데없는 실험실이 대부분 이런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쓸데없는' 실험실 아닐까요?

 

다음번에는 '컵의 종류에 따른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온도 변화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한번 실험해 볼까 합니다. 다음 시간까지 여러분! 바이바이!!!!!

 

그냥 커피가 생각나시면 펜트리로 오세요. 항상 그곳에 펜트리는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