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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

원두 보관 조건에 따른 맛의 변화 3 - 장기 보관하기 (2)

 

안녕하세요? 커피 볶는 바리스타 돌원숭이입니다. 아주 게으른 바리스타 죠. 한주에 하나씩 글을 쓰기로 했는데, 또 4주 만에 글을 쓰네요....  

이제 가을이 제법 가까이 온 거 같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해서 좀 두터운 겉옷이 필요한 계절이네요. 저희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도 차가운 음료보다는 따뜻한 음료를 더 찾으시고요. 창밖으로 보이는 산에도 조금씩 노란색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근데 올해 은행나무는 별로 아름답게 단풍이 들 것 같지는 않네요.

오늘은 지난번에 테스트했던 장기 보관과 관련해서 3차 테스트를 해보겠습니다. 이번에는 2달 동안 상온에서 보관한 원두는 어떤 맛이 날까입니다.

2022.09.21 - [커피 이야기] - 원두 보관 조건에 따른 맛의 변화 2 - 장기 보관하기

원두는 지난번에 1달 보관 테스트 한 원두를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8월 4일에 포장했으니, 오늘(10월 17일) 기준 약 75일 정도 지났습니다.  보관 조건은 일반 상온 조건입니다. 비교를 위해서는 지난 토요일(10월 15일)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했습니다.

 

먼저 원두 상태 비교입니다.

왼쪽이 75일 된 원두, 오른쪽이 2일 된 원두입니다. 표면에 용출된 기름의 양에서 꽤 많은 차이가 보입니다. 사진으로 보는 것에 비해 실제로 보면 그 차이가 더 큽니다. 오래 보관한 원두에서 손에 묻어 나올 만큼 기름이 보이네요.

향기도 차이가 좀 잇습니다. 신선한 원두는 알고 있는 구수한 원두 특유의 향이 나는데 반해 오래된 원두는 향이 거의 안 납니다. 약간의 기름 냄새는 나는데, 원두 향은 거의 나지가 않네요.

 

이제 원두를 분쇄해보겠습니다.

그냥 봐서는 구별이 잘 안 됩니다. 하지만 그 향은 차이가 많이 납니다. 신선 원두에서는 흔히 맡을 수 있는 구수한 향이 나는데 비해. 오래된 원두는 기름 짠 냄새가 많이 납니다, 약간 불쾌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마지막으로 드립을 하면서 커피 빵의 모습을 보겠습니다.

장기보관원두
신선 원두

커피 빵의 모습에서 많은 차이가 나지요? 오래된 원두는 내부에 있던 가스류들이 다 빠지고 없는 상태라 커피 빵이 올라오지 못하고 바로 가라앉습니다. 글에 비해서 신선 원두는 커피 빵이 부드럽게 올라오네요.

마지막으로 추출된 커피의 비교입니다.

왼쪽이 장기 보관 원두커피, 오른쪽이 신선 원두커피입니다.

먼저 향을 비교하면, 오래된 커피는 기름 짠내가 제법 올라옵니다. 커피 본연의 향은 많이 약해지고, 약간 쏘는 듯 한 향(예전 기억으로 약간 아세톤 느낌의 향?)이 섞여있습니다. 신선 원두는 원래 알고 있는 바로 그 향이 나고요.

맛도 차이가 크게 나네요. 오래된 원두에서 쏘는 듯 한 맛이 좀 심하게 납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혀 끝을 바늘로 찌르는 느낌의 맛이 나네요. 원래 가지고 있던 산미는 거의 없어진 것 같습니다.

 

지난번 1개월 테스트에서는 '마실수는 있는데, 추천하지는 못할 맛'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다르게 표현해야 할 것 같네요. 거의 마시기 힘든 맛이라고.....

가끔 식당 입구에 있는 관리 안된 무니만 원두커피 자판기에서 맛볼 수 있는 수준의 커피가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될 때까지 집에서 원두를 상온 보관하시는 분들은 없겠지요?

 

이제 다음 달쯤 해서 한번 더 테스트해보고 남은 원두는 버릴까 합니다. 기왕 하는 거 끝까지 한번 가보려고요...

 

제 테스트는 이렇게 계속되지만, 저희 펜트리에서 제공해드리는 커피는 항상 잘 보관된 신선 커피로 드립니다. 그러니, 아무 고민 마시고 언제든 펜트리로 오세요. 항상 그곳에서 맛있는 커피와 함께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