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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

어? 커피맛이 왜 달라요?

안녕하세요? 커피 볶는 바리스타 돌원숭이입니다. 한 며칠 쌀쌀하더니만, 오늘은  날씨가 좀 포근하네요. 그래도 가을이라서 그런지 아침저녁으로는 많이 쌀쌀합니다.

며칠 후면 은행나무 축제가 열리네요. 은행잎 축제를 즈음해서 저희 가게도 조그마한 선물을 준비할까 합니다. 아직 정확한 내용은 밝히기 어렵지만요. 은행잎도 구경하시고, 펜트리에 들러서 따스한 커피도 한잔 하고 가세요.

 

저희 펜트리는  핼러윈 데이를 맞아 핼러윈스럽게 조금 꾸며봤습니다. 이상하지는 않지요?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약간은 제 가게 영업 기밀(?)이 누설될 수도 있는 내용입니다.

 

커피 가게 하면서 가끔 듣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어제랑 or 지난번이랑 커피맛이 다르네요'라는 이야기입니다. (진짜 존경스러운 입맛입니다. 며칠 전에 마신 커피의 맛을 기억하고, 비교까지 하시다니... )  그래서 질문하시는 분들에게 설명하기는 합니다만, 오늘 이 글을 통해 자세하게 몇 가지 이유를 설명드릴려고 합니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계절에 따라 커피의 종류가 바뀐다는 것입니다. 싱글 오리진(Single origin, 단일품목 원두) 커피만 취급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커피가게는 몇 가지 원두를 혼합해서 만든 블랜드 (Blend)  원두를 사용합니다. 바리스타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2가지에서 많게는 4~5가지 원두를 혼합해서 사용합니다. 그리고, 각각 원두의 혼합 비율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면, 로스팅 정도를 조정하기도 합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요.

그러다 보니 여름과 겨울의 커피 맛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약간 산미가 더 느껴진다던가, 쓴 맛이 강하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가끔은, 같이 주문한 두 잔의 커피가 미세하게 맛이 다르다는 손님도 있으십니다. 드립 커피도 아니고, 에스프레소 커피인데도 말입니다.(친구끼리 같은 커피를 주문해서 돌려 마신 건가?  왜 그러신 건지.... )

이 경우도 사실은 앞에서 말한 이유와 거의 같습니다. 동시에 사용하는 에스프레소 원두에서도 혼합비율의 차이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은과 같은 이유로 말이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사용하는 에스프레소용 원두도 계절에 따라 3가지에서 4가지 정도의 생두를 혼합해서 로스팅합니다. 일반적인 혼합 비율은 5 : 3 : 1 : 1  정도입니다. 주가 되는 생두가 약 50%, 그 생두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생두가 약 30%, 아주 특징적인 맛을 잡아주는 생두가 약 10% 정도씩 들어갑니다. 

에스프레소 1샷을 내릴 때는 약 10g 정도의 원두가 사용됩니다. 숫자를 세어보면 대략 60~70알 정도의 커피콩이 들어가는 것이지요. ( 제가 세어봤습니다. 3번 해봤는데 그 정도 나오더군요. )

10g 원두
한무더기 5알, 전체 65알

65알의 커피콩을 기준으로 좀 전의 비율을 계산해 보면, 5 : 3 : 1 : 1  =  32. 5 :  19.5  :  6.5   : 6.5 : 정도의 비로 각 원두가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원두가 정확하게 숫자를 세어서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그라인더 통 속에 그냥 혼합되어 있다가 무작위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커피 그라인더

위의 사진처럼 생긴 통속에 혼합되어 있는 원두들이 섞여있다가 내려가다 보니 그때그때 원두 혼합비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30알, 20일 정도 들어가는 원두의 경우 2~3알 정도 비율이 차이가 나더라도 전체 맛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6알 정도 들어가는 원두가 1~2 알 만 차이가 나도 그 해당 원두 기준으로는 거의 40~50% 정도의 맛이 바뀐 게 되기 때문에 그 차이를 느끼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같은 시점에서 내린 에스프레소도 잔마다 맛이 다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이외에도, 그날그날의 온습도 차이, 우주 기운의 흐름, 반경 10km 이내에 존재하는 방사선 동이원소의 양, 투명 외계인의 존재 여부 등에 따라 커피맛은 그때그때 달라집니다. 그러다 보니, 어제의 커피와 오늘의 커피가 완벽하게 같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 뭔 강아지 소리? )

 

오늘 이야기의 결론은 그냥 단순합니다. 완벽하게 맛이 같은 커피는 거의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때그때의 맛을 즐기는 것이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방법이 아닐까요?

 

맛있는 커피가 생각나시면 팬트리로 오세요. 여러분을 위한 최선의 커피를 준비해 놓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