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커피 이야기

쓸데없는 실험실 : 커피 먼저 ? 물 먼저 ?

안녕하세요? 커피 볶는 바리스타 돌원숭이입니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글을 다시 쓰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쓸데없는 일에 좀 신경을 쓰다 보니..... ( 돈 안 되는 일 ㅠㅠㅠㅠ )

오늘은 참으로 한심한 실험을 한번 해 볼까 합니다. 몇일전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이런 내용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홍차의 본고장 영국에서는 우유에 홍차를 넣느냐, 아니면 홍차에 우유를 넣느냐 라는 주제로 많은 토론이 있다고요. 왜 그런 쓸데없는 토론들을 하는 건지....

그러다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럼 아메리카노는? 컵에 샷을 먼저 내리고 물을 넣을까? 아니면 물을 먼저 넣고 샷을 내릴까? 맛의 차이는? 향의 차이는? (아니 왜 그딴 게 궁금하지? 요즘 가게에 손님이 없어서 네가 많이 심심했나 보구나. 그럴 시간 있으면 가게 청소나 한번 더해.)

출신이 공대다 보니 일단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다른 일을 밀림의 왕이면서 이런 일은 왜 안 밀릴까????? )

 

먼저 두 개의 유리컵을 같은 온도로 워밍 했습니다. 약 90℃정도의 온수를 컵에 90% 이상 채우고 3분 정도 기다립니다.

컵 워밍 중

팁 하나 드리자면 절대로 손잡이 없는 컵에 뜨거운 물 붓지 마세요. 컵 비우다가 화상 입을 뻔했습니다. ㅠㅠ

 

두 번째로 한 컵에만 뜨거운 물을 135g 정도 넣습니다. (왜 135g이냐고 묻지 마세요. 그냥 컵 중간 정도 부었는데, 그 양이 135g이어서 그랬습니다. 나중에 맛볼 때 후회했습니다. 한 100g 더 넣을걸 하고. 좀 맛이 진하더라고요.)

온수 계량

두 개의 컵을 머신에 세팅한 후 원두 액 20g을 이용하여 2샷을 내립니다. 그 샷을 1샷씩 좌/우로 나누어 받습니다.

샷 내리는 중

자 이제 1차 준비는 다 됐습니다. ( 역시 물이 부족해.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더 차이가 나네요.... )

샷 완료

 

반대쪽 샷만 내린 컵에 먼저번과 동일하게 뜨거운 물을 붓습니다. ( 예전에 공장에서 일할 때는 거의 1g 이내로 맞췄던 거 같은데, 인제 손이 예전 같지 않네요. )

두 개의 아메리카노 비교 사진입니다. 왼쪽이 샷 먼저, 오른쪽이 물 먼저입니다.

외현적으로는 별로 차이를 못 느끼겠네요. 크레마의 모양은 샷 먼저 내린 쪽이 더 있어 보입니다. 커피의 색은 양쪽 다 좀 진해 보입니다. ( 물 더 넣을걸 )

다음은 향과 맛에 대한 평가입니다. 이 부분은 아주 주관적인 내용이라서 개인별 호불호가 있을 수 있습니다.

향은 샷 먼저 내린 쪽이 좀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크게 차이는 없지만 잔을 코끝에 가져다 대는 순간 좀더 강한 향이 올라오는것 같습니다. 아마 샷을 내린 후 물을 붓는 과정에서 에스프레소가 한번 휘저어 지면서 강하게 올라온거 같습니다. 대신 약간 향이 쏘는 느낌이 조금인 있습니다. 반대로 물 먼저 붓고 샷을 내린 커피는 조금은 부드러운 향이 느껴집니다. 은은한 향을 좋아하시면 물 먼저 붓는 방식이 더 나을것 같습니다. 

맛은 향과는 반대로 물 먼저 부은 쪽이 좀더 강하게 나는 거 같습니다. 특히 산미가 약간 더 올라오는 느낌입니다. 그 외 부분은 크게 차이를 느끼지는 못하겠습니다. 

 

결론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샷 먼저 내린 커피는 향이 강하고 맛이 부드럽다.

2. 물 먼저 부은 커피는 맛이 강하고 향이 부드럽다.

3. 근데 그냥 마시면 구분이 잘 안된다.

4. 우리 집 커피는 맛있다.

5. 아메리카노 너무 진하게 마시면 힘들다.

 

마지막으로 남은 커피는 한 컵으로 다 옮긴 후 물 더 타서 연하게 마셨습니다.

혹시 커피 관련해서 이런 실험이 필요하신 분들은 댓글 남겨 주세요. 제 선에서 가능하고, 저도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이렇게 실험해보고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커피가 궁금하시면 언제든 펜트리로 오세요.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시면서 커피 한잔 하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