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커피 이야기

쓸데없는 실험실 - 커피를 끓여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커피 볶는 바리스타 돌원숭이입니다. 며칠 전부터 아침 기온이 영상이네요. 아지근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그래도 겨울의 끝이 보이는 거 같네요. 펜트리 입구에 있는 로즈마리도 겨울을 무사히 잘 넘긴 거 같습니다.

오늘은 심심해서(?) 커피를 한번 끓여봤습니다. 원래 커피는 끓이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거 같아서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커피 추출 방법은 크게 3가지 정도입니다. 일반적으로 집에서 가장 많이 하시는 핸드 드립(Hand Drip)이 있을 것이고, 카페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하는 기계를 이영한 에스프레소(Espresso) 추출, 그리고 위의 두 가지와는 반대인 차가운 물을 이용한 콜드브루(Cold Brew) 방식이 있습니다. 앞의 두 가지는 뜨거운 물을 끓여서 사용하고, 마지막은 차가운 물을 사용하지만, 다 같이 원두를 먼저 준비한 후 물을 투입하는 방식입니다.

오늘 제가 실험해보려고 하는 방법은 앞의 방법과는 조금 다른 방식인 끓는 물에 원두를 투입하는 방식입니다. 초기에 커피 드립 방식이 확립되기 전에는 대부분 그런 방식으로 커피를 내려마셨습니다. 아직도 아프리카나 일부 전통 방식을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트루키에 식 커피인 이브릭 추출법이 이와 같은 방식일 것입니다.

예전에 어떤 분이 이런 방식으로 마시는 커피가 맛이 참 특이하다고 하셨던 기억이 있어서, 갑자기 해봤습니다. 이유? 그런 거 없습니다. 원래 쓸데없는 실험실이......

 

준비물은 스팀피쳐 큰 거 하나에 좀 굵게 분쇄한 원두 10g입니다. 10g으로 정한 이유는 에스프레소 1샷이 대충 10g 정도의 원두를 쓰기 때문에 그 정도로 정한 것입니다.

굵게 갈린 원두입니다. 이 원두를 스팀피쳐에 넣고 약 200g의 물을 부어서 끓입니다.

수증기가 렌즈에 맺혀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네요. 끓기 시작한 후 90초 정도 더 끓였습니다.

스테인리스 하리오 필터로 걸렀습니다. 끓이는 과정에서 증발하거나 원두에 흡수된 물이 대충 20~30g 정도 되나 보네요.

비교를 위해 에스프레소를 이용해서 같은 양의 커피를 만들었습니다.

오른쪽 컵이 에스프레소입니다. 약간의 크레마가 아직 보이네요.

 

두 커피의 맛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끓인 커피의 가장 큰 특징은 아주 다양한 맛이 난다는 것입니다. 같은 원두를 이용한 에스프레소 커피에 비해 산미가 좀 더 나타나는데, 그 산미 속에 다양한 맛이 숨어있습니다. 약간은 한약 다린 거 같은 맛도 나고, 감초 특유의 단맛도 뒤에 남습니다. 에스프레소에 비해 오일의 맛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평상시에는 느끼기 힘들었는데, 두 커피를 비교해보니 에스프레소에서는 탄 맛이 좀 나는 거 같네요. 하지만, 전체적인 맛은 에스프레소 커피가 좀 더 좋네요. 

 

커피가 완전히 식고 나나 끓인 커피에서는 약간 기름맛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뜨거울 때는 크게 거슬리지 않았는데....

 

결론은 가끔은 해볼 만해도 자주 마시기에는 뭔가 거북하다는 느낌입니다.

 

이상 오늘의 쓸데없는 실험실을 닫습니다.

 

커피가 생각나실 때, 그때는 언제든지 팬트리로 오세요. 만덕 도서관에서 언덕 위로 조금만 올라오시면 그곳에 펜트리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