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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

커피 관련 아주 일반적인 상식 이야기

안녕하세요? 바리스타 돌원숭이입니다. 5월 가정의 달에 어린이날 연휴인데... 비가 너무 많이 오네요. 예전 어릴 때, 소풍이나 운동회, 어린이날 같은 때는 비 오지 말라고 자기 전에 많이 기도했던 거 같은데..... 그때가 그립네요.

오늘은 커피 관련해서 그냥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 몇 가지만 할까 합니다. 제가 그동안 가게를 하면서 손님들과 대화할 때 느꼈던, 커피 관련한 각종 오해들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큰 의미는 없을지 모르지만, 그냥 알고 계시면 도움이 될까 해서 정리하는 내용입니다.

 

1. 갓 볶은 커피 원두가 좋은 원두가 아니다.

    손님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시는 내용입니다. 광고에서 너무나 많이 쓰는 표현이기도 한, '갓 볶은 신선한 원두'라는 표현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긴 거 같습니다. 제가 제 글에서 아주 여러 번 설명을 드린 거 같습니다만, 한번 더 말씀드리자면, 절대로 갓 볶은 원두가 신선하고 좋은 원두가 아닙니다.

    가장 신선한 원두는  볶은지(로스팅 한지) 약 24시간 정도 지난 원두입니다. 그 이전의 원두는 아직 반응이 덜 진행된 성분들이나, 가스들이 아직 내부에 남아있어서, 잡미가 많이 납니다. 그래서 통칭 '가스 빼기' 혹은 '숙성'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안정된 맛을 가지는 원두가 됩니다. 이 기간이 약 하루 정도 걸리는 것이고요.

   그리고, 가장 맛있는 원두는 제 기준으로 3일 정도 지난 원두입니다. 3~4일 정도 지나면, 가스 빼기도 완전히 끝나고, 내부에 있는 각종 미반응 성분들도 공기와 만나서 산화가 진행되면서 안정이 됩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조금씩은 변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의 맛을 2주 정도는 유지하고요. 그 이후는 보관 방법에 따라 그 원두의 운명이 정해지구요.

    앞으로는 카페에서 원두를 찾으실 때 '오늘 볶은 원두'가 아닌 가장 맛있는 원두를 찾아보세요.

 

2. 커피의 적은 자외선과 열이다.

    어느 손님과 대화를 하다가 들은 이야기입니다. '어느 드라마에서, 원두를 유리병에 담아서 창가에 이쁘게 보관하는 장면이 있더라. 그래서 니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  그 이야기를 듣고 바로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보관하시면, 아마 3~4일 정도만 지나면 원두가 상할 수도 있다고. 

    가끔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렇게 보관하는 모습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드라마니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원두 보관 시 직사광선과 열은 최고의 적입니다. 그런데 창가에 유리병 보관이면 둘 다 아주 악조건이겠지요?

    가장 좋은 원두 보관 조건은 밀폐가 가능한 용기에 넣어서 냉장고 보관입니다. 자외선과 열, 그리고 외부 냄새로 부터 원두를 가장 잘 지켜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누구는 그러시더군요. 어느 카페에서 그렇게 창가에 보관하는 것을 보았다고.  아마 그때 보신 것은 두 가지 중에 한 가지일 것입니다. 하나는 그냥 장식용으로 둔 원두입니다. 저희 카페도 가끔 오래된 원두나 로스팅 실패한 원두를 유리병에 담아 장식용으로 두기도 합니다. 아니면은 그날 바로 다 판매가 가능한 원두일 겁니다. 하루 정도는 일상적인 조건에서는 크게 변질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3. 라떼의 온도를 맛있게 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가끔씩 아주 뜨거운 라떼를 주문하시는 손님들이 계십니다. 펄펄 끓는 그런 라떼를 달라고 하시지요. 그러면 일단 저는 물어봅니다. 뜨거운 음료가 발암물질인 것은 아시는지요라고. 그래도 상관없다고 하시면  조금 더 스티밍 해서 뜨겁게 만들어 드리기는 합니다만은, 사실 추천 드리지는 않습니다. 

     라떼의 온도를 올리기 위해서, 카페에서는 스티밍이라는 방법을 씁니다. 이 방법은 말 그대로 뜨거운 스팀을 우유 내부에 투입해서 온도를 올리는 방법입니다. 투입된 스팀은 물로 바뀌어서 우유와 섞이게 되고요. 지난번에 확인해 보니, 일반적인 온도 정도로 우유를 스티밍 하고 나니, 약 15% 정도 무게가 늘었더군요. 당연히, 우유를 더 뜨겁게 하려고 하면 더 많은 물이 들어가겠지요. 그래서 뜨거운 라떼일수록 맛이 좀 싱거워집니다. 그럴 경우는 거의 없지만, 어느 이상의 온도에서는 우유의 지방이 변성되어서 뭉쳐지기도 합니다.  ( 저같이 입천정에 화상 잘 입는 사람은 ㅠㅠㅠㅠ)  

    진짜로 맛있는 라떼를 드시려면, 그 카페에서 해주는 그 정도 온도로 한번 드셔보세요, 아마 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4. 같은 이름의 원두라도 그 맛이 다 똑같지는 않다.

     참 심플하면서도 어려운 질문 중에 하나가 '케냐 원두인데, 왜 어디와 맛이 달라요? '입니다. 당연하게 그 맛이 달라야 하는 것인데, 이름은 같은데 맛이 다르다고, 생각했던 그 커피맛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손님이 아주 가끔 계십니다.

     혹시 캐릭터를 키우기 게임해 보신 적이 있다면 이해가 쉬우실 겁니다. 예를 들면 프린세스 메이커 같은.(나이가 티가 날려고 하네요) 처음 시작할 때 주인공의 능력치는 똑같지만, 게임을 진행하는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여왕도 되고, 전사도 되고, 심지어는 도둑도 되는 그런 게임처럼, 커피도 처음 생두는 똑같더라도, 로스팅에 따라, 숙성 방법에 따라, 드립방법에 따라 수없이 많은 변화를 가집니다. 그래서, A라는 카페의 케냐 AA와 B라는 카페의 케냐 AA 커피는 맛이 같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카페 하면서 받은 질문 중에 알려드리고 싶은 질문 4가지를 정리해 봤습니다. 그 왜에도 많이 있는데, 나머지는 기회 되는대로 조금씩 더 정리해 보겠습니다.

 

커피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펜트리로 오세요. 만덕도서관 언덕 위 그곳에 항상 펜트리는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