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커피 이야기

쓸데없는 실험실 - 커피를 끓여보았습니다 2

안녕하세요? 커피 볶는 바리스타 돌원숭이입니다. 어제만 해도 날씨가 무지 좋더니만, 오늘은 잔뜩 흐리고, 비도 오락가락하네요. 이제 봄에서 여름으로 갈려나 했더니, 다시 봄으로 가는 거 같기도 합니다.

이런 날은 한걸은 더 천천히 움직여야겠지요. 오늘은 천천히.....

 

오늘은 커피 끓이기 시즌 2입니다. (역시 심심할때는 쓸데없는 실험실이 딱입니다....)

2023.01.10 - [커피 이야기] - 쓸데없는 실험실 - 커피를 끓여보았습니다

 

쓸데없는 실험실 - 커피를 끓여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커피 볶는 바리스타 돌원숭이입니다. 며칠 전부터 아침 기온이 영상이네요. 아지근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그래도 겨울의 끝이 보이는 거 같네요. 펜트리 입구에 있는 로즈마리도

pentree.tistory.com

 

우연히 커피 관련 글을 읽다가, 에티오피아의 '커피세레모니'라는 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글을 보면 귀한 손님이 왔을 때 거피 생두를 바로 보는 앞에서 펄핑하고, 로스팅해서 바로 끓여주는 것을 커피 세리머니라고 하는군요. 여기를 보니 커피를 끓일 때, 그라인더를 사용하는 게 아니고, 절구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치인가? 그곳에서 그라인더를 쓰면 좀 이상해 보일 수도....)

 

이 글을 읽는 순간, 그래! 하고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하나 있었습니다. 지난번 커피를 끓일 때는 원두를 그라인더로 곱게 갈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원두를 갈지 않고 절구를 이용해서 대충 분쇄하면 다른 맛의 커피가 되겠구나 하는 그런 아이디어 말입니다.

 

자! 계획이 다 섰으니 실험에 들어갑니다.

사용원두 : Colombia Huila 15g

분쇄 : 절구공이 분쇄

물 사용량 : 400g

끓이는 시간 : 끓기 시작하고 10분

 

15g의 Colombia Huila를 절구를 이용해서 분쇄합니다. 일부러 아주 대충 분쇄를 합니다. 그래서 일부는 홀빈이 그대로 있습니다.

스팀 피쳐에 차가운 물 400g을 넣고, 분쇄한 원두를 넣어줍니다.

물 포함 416g이네요. 이 피쳐를 끓여줍니다. 처음에는 좀 센 불로 하고, 끓기 시작하면 약간 불을 낮추고, 저어줍니다.

3분이 조금 넘으니까 끓기 시작하네요. 여기서 10분 정도를 더 끓여줍니다.

커피 향이 확 올라옵니다. 색상은 그렇게 진하지는 않습니다.

약 65g 정도의 물이 증발했네요. 처음 넣은 물이 400g이니 16% 정도 증발했네요. 칼리타 드리퍼를 이용해 커피를 걸러냅니다.

숭늉이 생각나네요. 색상은 약간 진한 보리숭늉입니다. 향은 커피 향이 많이 올라오네요.

 

시음해 보겠습니다. 일단 입안에 느껴지는 향은 조금 연한 커피입니다. 바디감은 거의 없네요. 산미는 조금 있습니다. 아무 사전 정보 없이 마시면, 오래전 냉장고 없을 때 살짝 쉬어버린 보리차를 마시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약간 혀 끝을 자극하는 아린맛도 약간은 있습니다.

그런데 마시면 마실수록 약간은 끌리는 맛입니다. 지난번 곱게 분쇄한 커피를 끓였을 때는 좀 거부감이 느껴지는 맛이었는데, 이번은 참 애매하지만, 호감이 느껴지는 그런 구수한 커피맛이 느껴지네요. 

아마 원두의 분쇄크기가 아주 다양함으로 인해서 추출되는 커피의 성분이 아주 다양하게 추출된 것 같습니다. 물에 오랜 시간(약 10분) 끓였기 때문에 아마 카페인은 좀 많이 우러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맛은 있네요. 

 

실제 커피 드립을 할 때도 균일하게 분쇄하는 것보다, 입자 크기를 여러 가지로 분쇄하는 것이 커피 맛을 좀 더 좋게 하는 방법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렇게 분쇄하면 좀 연하게 추출되기는 합니다만...

 

오늘의 결론은, 직접 커피 원두를 끓이려면 절구를 이용해서 부수는 것이 그라인더로 갈아내는 것보다 좋다입니다.

 

커피 직접 끓이기 힘드시죠?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펜트리에 놀러 오세요. 제가 나머지 모든 거를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만덕 도서관 언덕 위 그곳에는 항상 펜트리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