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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

쓸데없는 실험실 - 드립 커피는 물을 얼마나 부어야 할까

안녕하세요? 커피 볶는 바리스타 돌원숭이입니다. 오늘은 비가 오네요. 그렇게 많이 내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화분에 물 주기에는 좋은 정도 양이라서, 가게에 있는 화분들을 다 비를 맞히고 있습니다. 직접 주는 물보다 이렇게 비에 푹 젖는 게 더 좋더라고요.

화분에도 물을 줬겠다, 오늘은 커피에도 물을 좀 줘 볼까 합니다. 뭔 소리냐고요? 드립 커피 마시겠다는 소리입니다. 드립커피 마시는 김에 간단하게 실험 한번 해볼까 합니다. 

과연 드립 할 때 물은 얼마나 부어야 할까 라는 주제를 가지고 간단하게 실험해 보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책이나 각종 자료를 보면 투입된 원두 양의 7~10배 정도를 드립 하면 된다고 하는데, 진짜일까요?  이런 질문이 생길 때면 일단 실험해 봐야죠. 어렵지도 않은데. ( 참고로 저는 거의 7배 정도를 투입합니다. )

자. 먼저 실험 계획을 세웁시다. 

   1. 사용 원두 : Colombia Huila 각 15g

   2. 드립 방법 : 칼리타 도자기 드리퍼

   3. 드립 양 : 원두의 5, 7, 10배   ( 실제 투입하는 물의 양은 좀 더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표기된 물의 양은 투입되는 물의 양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끝까지 드립 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양의 차이가 많이 발생합니다. 저는 이번 실험에서는 투입되는 물의 양이 아닌 드립 되어 나오는 물의 양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준비된 원두를 이용해서 드립 해보겠습니다.

같은 규격의 드리퍼가 2개뿐이라서, 일단 두 가지를 먼저 내리고 마지막은 따로 내려야 할거 같습니다. (하나 더 사야 하나....)

마지막까지 완료했습니다.

 

왼쪽부터 각각 5배, 7배, 10배입니다. 색으로만 봐서는 크게 표시가 나지 않네요.

위에서 봐도 그렇네요. 다 똑같아 보입니다.

 

이제 맛을 보겠습니다. 맛은 뭐다? 주관적이다. 아시죠?

 

먼저 5배 추출한 커피는 진짜 깔끔합니다. 부수적인 맛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산미가 아주 강하게 느껴집니다. 마신 후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혀 끝에 약간 단 맛이 느껴집니다. 신맛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 설탕 단 맛이 아닌 약간 아스파탐 같은 느낌의 단맛이 느껴집니다. 목 넘김은 부드러운데, 혀 끝에 걸리는 느낌은 좀 묵직합니다.

 

다음은 7배 추출한 커피입니다. 산미는 그대로인데, 쓴맛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뒷맛의 단맛도 좀 줄어드는 거 같습니다. 목 넘김은 아직은 부드럽습니다. 혀끝에 느껴지는 맛도 좀 부드러워졌습니다. 

 

마지막으로 10배 추출 커피입니다. 맛이 많이 싱거워졌습니다. 좀 밍밍한 느낌이 나네요. 쓴맛도 아까보다 많이 올라옵니다. 맛은 많이 부드러워졌는데, 뒷맛이 깔끔하지는 못합니다. 뭔가 걸리적거리는 맛도 조금은 느껴지고요. 대신 산미는 거의 없어졌네요.

 

요약해 보면, 산미를 좋아하고 깔끔한 맛을 즐기신다면 커피 원두 양의 5배 정도를 추출하고, 산미가 적고 부드럽지만 다양한 맛을 원하신다면 원두의 10배 정도를 추출해서 드세요. 가장 기본적인 추출은 투입된 원두의 7배 정도 추출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이 양은 최종 추출된 커피의 양입니다. 만약 투입하는 물의 양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 양보다 1.5배 정도 더 들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 드립의 아주 중요한 팁은 절대로 끝까지 드립 하지 마시라는 것입니다. 필요한 양보다 조금 과량의 물을 넣고, 아직 커피가 추출되고 있는 중간에 필요한 양만큼만 추출하고 추출을 자르는 겁니다. 마지막에 방울방울 떨어지는 커피에는 아주 다양한 잡미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커피의 맛을 버리게 합니다. 

예를 들면, 15g 원두를 사용하면 뜸 들이기 포함해서 150g 정도의 물을 사용하고, 추출된 양이 100g 정도 되면 멈추응 것입니다. 이렇게 하시면 아마 기본 이상은 되는 커피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거 귀찮으시죠? 그냥 펜트리로 오세요. 원하시는 아주 맛있는 커피를 드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만덕도서관 언덕 위 그곳에 항상 펜트리가 있습니다.